잡지에서 읽은 시

신은 모른다/ 김개미

검지 정숙자 2020. 1. 19. 22:24

 

    신은 모른다

 

    김개미

 

 

  밤마다

  소용도 필요도 없는 별이 뜬다는 것을

  신은 모른다

  별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매일 조금씩 커지고

  비가 오고 나서는 더 많이 커지지만

  그 따위 사소한 것을

  신은 모른다

  별을 단숨에 달처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눈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따위 개인적인 것을

  신은 모른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인간인 게 싫을 때가 있지만

  포기도 낙담도 허락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신은 모른다

  하나밖에 없어서

  그 하나를 지키려고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그 따위 미천한 짓거리를 

  신은 모른다

  때로

  인간도 한 인간의 신이라는 것을

  신이라서

  울 수도 한숨 쉴 수도 무너질 수도 없다는 것을

  신은 모른다

  긍정과 낙관만이 추구해야 할 방향인 인간의

  비참한 머릿속을

  고조할머니의 고조할머니에게라도 찾아가

  위로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그 따위 미천한 감정을

  신은 모른다

  희미해져가는 작은 것

  그 옆에서

  환하게 터지는 신음을

  붉은 심장 속에 닥친 크고 높은 해일을

  그 따위 거룩하지 않은 현상을

  신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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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19-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개미/ 2005년『시와반시』로 등단, 시집『앵무새 재우기』『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