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모른다
김개미
밤마다
소용도 필요도 없는 별이 뜬다는 것을
신은 모른다
별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매일 조금씩 커지고
비가 오고 나서는 더 많이 커지지만
그 따위 사소한 것을
신은 모른다
별을 단숨에 달처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눈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따위 개인적인 것을
신은 모른다
인간은 인간이라서
인간인 게 싫을 때가 있지만
포기도 낙담도 허락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신은 모른다
하나밖에 없어서
그 하나를 지키려고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잠을 자는 생활을
그 따위 미천한 짓거리를
신은 모른다
때로
인간도 한 인간의 신이라는 것을
신이라서
울 수도 한숨 쉴 수도 무너질 수도 없다는 것을
신은 모른다
긍정과 낙관만이 추구해야 할 방향인 인간의
비참한 머릿속을
고조할머니의 고조할머니에게라도 찾아가
위로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그 따위 미천한 감정을
신은 모른다
희미해져가는 작은 것
그 옆에서
환하게 터지는 신음을
붉은 심장 속에 닥친 크고 높은 해일을
그 따위 거룩하지 않은 현상을
신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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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 2019-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개미/ 2005년『시와반시』로 등단, 시집『앵무새 재우기』『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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