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와 어머니
이현숙
한 달에 두어 번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 식품점을 간다
마른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물건을 고르신다
허기져 보이는 어머니의 하얀 등이 안쓰러워
들어 선 국숫집
긴 국숫발만큼이나 먼 길을 달려온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국숫발만큼 긴 것이 목숨이라며
국수 그릇을 앞에 놓고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하는
어머니
면발 같이 굵어진 주름 가득한 입으로
뜨거운 국수를 드신다
맥없이 젓가락에 걸리는! 국수,
한 그릇 비우기도 어려우신지
자꾸 내게 국수를 던다
자꾸 내게 당신의 몫을 건넨다
어머니의 생이 담겨 와 나의 그릇은 비워지지
않고
내 몫보다 늘어나는 국수그릇
하얀 국숫발만큼이나 긴 나의 그림자
자꾸 국수그릇에 와 담긴다.
-전문(p. 129)
* 제 6회 재외 동포 문학상 시부문 대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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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년』에서/ 2005. 1. 5. <관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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