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이렇게 지낼만하다네/ 구자현

검지 정숙자 2023. 10. 23. 13:53

 

    이렇게 지낼만하다네

 

     구자현

 

 

  우리 아파트 건물 가까이

  고속도로에

  미친 듯 달려가는 무수한 차들

  그 요란한 소리가 이제

  내 자장가가 되었다오

 

  잠을 안 잘 수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도 없는 동안

  소음도 자장가가 되고 말았다네

 

  그래도

  사철 춥지 않은 하와이에서

  노숙에 맛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

 

  아무나 할 수 없는

  익숙한 소리에 맛들이는 재미

 

  고국 멀리 떠나

  난 요새 이렇게 살아간다네

  이제 지낼만 하다네

     -전문(p. 155) 

  * 서울대학교 사범대 교육학과 졸업, 교직 은퇴, 1999년도 하와이 이민, 수필집 『교육, 그 손끝으로 만지고 가슴으로 보듬자』, 하와이 문학동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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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