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국수와 어머니/ 이현숙

검지 정숙자 2023. 10. 22. 01:59

 

    국수와 어머니

 

     이현숙

 

 

  한 달에 두어 번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 식품점을 간다

  마른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물건을 고르신다

  허기져 보이는 어머니의 하얀 등이 안쓰러워

  들어 선 국숫집

  긴 국숫발만큼이나 먼 길을 달려온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국숫발만큼 긴 것이 목숨이라며

  국수 그릇을 앞에 놓고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하는 

  어머니

  면발 같이 굵어진 주름 가득한 입으로

  뜨거운 국수를 드신다

  맥없이 젓가락에 걸리는! 국수,

  한 그릇 비우기도 어려우신지

  자꾸 내게 국수를 던다

  자꾸 내게 당신의 몫을 건넨다

  어머니의 생이 담겨 와 나의 그릇은 비워지지 

  않고

  내 몫보다 늘어나는 국수그릇

  하얀 국숫발만큼이나 긴 나의 그림자

  자꾸 국수그릇에 와 담긴다.

     -전문(p. 129)

 

  * 제 6회 재외 동포 문학상 시부문 대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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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