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나의 어머니 : 알랭 마방쿠/ 김미경 : 번역

검지 정숙자 2023. 5. 8. 02:19

 

    나의 어머니

     - 나의 어머니 폴린 켕케에게 바칩니다

 

    알랭 마방쿠/ 김미경 譯

 

 

  나는 이 영토의 심장에 나의 깃발을 심었다

  그러나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날개를 부러진 채 이동하는 새

 

  지금 한 발로 서서 춤추는 법을 배운다

  두 발로 춤추던 전통을 잊어버린 채

  내 고장의 붉은 땅은

  마지막 이동 후에도 여전히 나의 발바닥을 기억하고 있다.

  잠이 내 눈꺼풀에 내려앉는다

  하지만 나는 한 눈만, 한 귀만 감은 채 잔다

 

  나는 미지막 잎새의 운명과 진배없다

  내가 떨어져 나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날아갈 때

  그리고 강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갈지라도

  나의 모든 생각들은 이 이름으로 되돌아온다, 콩고

 

  현재, 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는다

  고통이 나를 불면이 내 눈꺼풀 위에

  귀신처럼 맴돌던 시간으로 소환할 때

  나는 우리 마을에서 밤에 돌아다니는 영혼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나의 심장은 임박한 회오리바람에 의해

  겁에 질린 한 떼의 짐승들의 리듬에 맞춰 뚜기 시작한다

  내 고향의 메마른 땅에 물을 대기 위해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이 나의 고통의 침대에 넘쳐 흐른다

 

  내가 이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갈 때

  내 집 문은 잠겨 있을 것이다

  근처에서 마지막 풀을 뜯는 양무리들만 보일 뿐

  나는 공동묘지로 가는 길에 들어설 거다

  나는 외로이 서 있는 이 무덤을 보겠지

  나무 엎에 서 있는 무덤

  나무는 나의 첫 시를 세상으로 내보낸 그 나무다

 

  거기에 그녀가 있다. 나의 엄마

  나 또한 오랫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다

    -『작가와 이동하는 새』, 앙드레 베르사유 출판사, 2011, p. 112-113 (전문) 

 

 초록 회오리바람, 알랭 마방쿠Alain Mabanckou (발췌) _김미경/ 파리 에스트 크레테이대학 박사 과정 중

  알랭 마방쿠는 콩고 공화국2)의 경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포앙트-누아르Pointe -Noire에서 1966년 태어났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그는 루보루 강의 농사꾼이자 바나나 상인인 어머니와 호텔 리셥션에서 일하는 양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프랑스로 건너온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법을 공부했다. 그의 트렁크 속에는 오래전부터 써온 시 꾸러미가 있었다. 그의 시는 더 오랫동안 출판사들의 퇴짜를 받고 그의 방 한구석을 차지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변호사로 10여 년 근무하는 동안에도 그는 끊임없이 시와 소설을 썼다. 1998년 그는 첫 소설 『파랑 하양 빨강』으로 검은 아프리카 문학상3)을 받게 된다. 그의 말대로 운이 좋게도, 그는 2006년부터 미국의 UCLA에서 프랑스 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치게 되었다. 『아프리카 술집, 회상은 어림없지』Verre casse에서 아프리카 특유의 해학과 유머를 보여주었고 2006년 그에게 르노도 상의 영광을 안겨준 『가시도치의 회고록』Memoires de porc-epic를 출판하였다. 인간에게는 자신이 영혼과 연결된 분신 같은 영혼 동물double animal이 존재한다는 아프리카의 전설을 바탕으로 써진 소설이다. 두 권의 소설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시집으로는 1997년 『나무들도 역시 눈물을 흘린다』, 1999년 『새가 새로운 시대의 새벽을 알릴 때』, 2004년 『나무들이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는 한』, 2016년 『콩고』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2)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콩고 공화국, 흔히 수도, 브라자빌을 연결 지어 콩고 브라자빌Congo-Brazzaville이라고 한다. 다른 콩고는 벨기에 식민지였던 콩고 민주 공화국으로, 수도는 킨샤사로, 콩고 킨샤샤Congo-Kinshasa라고 불린다. 원래 하나였던 콩고는 식민 지배의 편의상 이렇게 둘로 나누어졌다.

  3) Grand prix litteraire d'Afrique noire.

 

       * 

 

  그는 늘 이동하는 게 삶인 새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고향에는 그 새가 잠깐 지친 다리를 접고 웅크릴 무성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콩고를 떠나 오랫동안 고향을 등지고 대륙을 넘는 숨 가쁜 이동 속에서 유목민의 삶이 주는 고통과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은 시를 쓰는 기쁨이었고, 시를 통해 그는 어머니를 느끼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그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어머니가 나무처럼 서 있는 땅, 그 땅을 생각하며 그는 마음껏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을 하면서 그의 내부의 외침, 허공을 향해 던진 질문, 빈 메아리, 거대한 세상의 무관심과 내적 불안이 증폭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 모든 것들이 파동이 되어 쉼 없이 작은 새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시는 그것들을 응축하여 받아낸다. (p. 시 68-70/ 론 65-66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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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詩魔』 2022-겨울(14)호 <세계의 시  프랑스 편 >에서

 * 김미경/ 2009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2018년 10월 소르본 누벨 대학 석사 과정 졸업Universite Sorbonne,  nouvelle, 2018년 파리 에스트 크리테이 대학 박사 과정 시작Universite Paris-Est Creteil (UPEC), 현재) 파리 에스트 크리테이대학 박사 과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