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시집 · 사랑을 느낄 때...

소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2. 3. 3. 01:53

 

 

 <제4시집, 시인의 말>

 

  

    소 년

 

   정숙자

 

 

  소년!

  이 영원한 신비와 흥분을 떼어놓고

  어떻게 예술을 말할 수 있단 말이냐.

  소년은 남성 이전의 인간이요,

  봄날 아침의 장미꽃 봉오리이다.

  소년에게는 남성과 어른과 어린이가 조화롭게 숨어 있어

  그 분홍뺨 자체로 황홀한 예술이다.

 

  덜 자란 수줍음 속에는 온화함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분노 속에는 정의와 용맹이,

  두근거리는 동경 속에는

  왕관도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랑이 숨어 있다.

 

  내가 소년을 사랑하는 까닭은 미개봉의 가능성

       그 무한한 세계의 가능성 때문이다.

 

  한 소년의 설레임과 머뭇거리는 미소를

  고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나는 그를 전격 숭배하리라.

       그러나 신에게조차 그 능력은 결여되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의 모습만큼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예는 드물다.

  그러나 그 안타까움이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덧없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소년이여,

  그대만이 한 여인의 침묵 안에

  순결한 사랑의 빛을 일깨우리라.

    -1993. 겨울

    정숙자

                              

 

   --------------------

  * 시집『사랑을 느낄 때 나의 마음은 무너진다』에서/ 1993.12.31.<성현출판사>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4시집 · 사랑을 느낄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나 애인은/ 정숙자  (0) 2023.04.18
슬픈 표구/ 정숙자  (0) 2012.02.28
별처럼 빛날지라도/ 정숙자  (0) 2012.02.28
서투른 편지/ 정숙자  (0) 2012.02.28
짝사랑/ 정숙자  (0) 201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