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귀먹이 삼 년 벙어리 삼 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02:30

 

 

    귀먹이 삼 년 벙어리 삼 년

 

     정숙자

 

 

  귀먹이 삼 년 벙어리 삼 년

  장님 삼 년으로 살으렵니다

 

  참고

  참고

  다시 참으며

  기다리는 기쁨 하나로

 

  세간의 매운 눈 몸이 저려도

  젖은 몸이 더 푸른 풀잎과 같이

 

  그리움의 이슬을 모으렵니다

  제게는 그것이 찬란한 사리(奢利)

 

  머언 하늘 봉우리 너머

  놀처럼 잠시 피다 지는 임

 

  그 다정스런 한 줌 미소를

  극락의 옷인 양 마음에 입고

 

  외로움 삼 년 그리움 삼 년

  기다림 삼 년으로 걸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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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