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없는 모습으로 계시오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23. 02:28

 

 

    없는 모습으로 계시오며

 

     정숙자

 

 

  없는 모습으로 계시오며

  없는 음성으로 들리옵니다

 

  바람 몹시도 불어간 아침

  찢긴 가지에 벙그는 꽃잎

 

  하오나

  부딪는 파도 소리도

  임의 메아리가 아니오리까

 

  나날은 길어도 일생은 짧고

  뼈와 살은 벗어야 할 옷이라는데

 

  그 속 씨앗 같은

  마음 하나를

  임의 손에 드리고자 가꾸옵니다

 

  두견이면 돋우어 울어도 보고

  물이더면 몸 놓아 흘렀을 것을

 

  속으로만 꺼지도록 임 그리며

  다문 입에 젖는 눈 감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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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