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에 비단필로 내린 은하수/ 정숙자 규방에 비단필로 내린 은하수 정숙자 규방에 비단필로 내린 은하수 푸르다 못하여 남빛 돋았죠 임은 언덕에 멈춰 서시며 귀한 옷 벗어 제게 주시곤 산골물 시냇물 장엄한 강물 어떻게 이울어 합쳤는지를 금세(今世)에는 없는 오묘한 시(詩)로 저의 영혼에 들려주셨죠 그 언덕엔 바람도 없..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7
한 송이 꽃만 바라보아도/ 정숙자 한 송이 꽃만 바라보아도 정숙자 한 송이 꽃만 바라보아도 그대에게 주고 싶었지 한 웅큼 열매만 얻어들어도 그대 웃음 보고 싶었지 한 차례 눈발만 흩날리어도 그대와 먼 길 걷고 싶었지.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흙 속에 묻힌 뒤에는/ 정숙자 흙 속에 묻힌 뒤에는 정숙자 흙 속에 묻힌 뒤에는 섬광의 돌로 굳으리이다 꽃다히 바칠 수도 없었던 사랑 첩첩 서린 가슴 썩기 어려워 모서리 모서리 채우던 울음 금강석 빛으로 바뀌리이다 뒤늦은 어느 날 오시옵거든 고독지옥(孤獨地獄) 봉분을 헤쳐 보소서 눈물 가득 머금은 듯한 별덩..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임께 올릴 노래 찾으려/ 정숙자 임께 올릴 노래 찾으려 정숙자 임께 올릴 노래 찾으려 우주를 헤매이다 쓰러집니다 드릴 수 있는 건 꽃마음 하나 산삼(山蔘) 같은 글월뿐이기 구름에 바람에 별 틈에까지 산 채로 저승 넘어 드나듭니다 그 길에 절애폭포, 천도(天桃)도 보며 말로 듣던 신선도 때론 만나고 숨쉬는 사람으론..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달빛에 귀뚜라미 수 놓거든/ 정숙자 달빛에 귀뚜라미 수놓거든 정숙자 달빛에 귀뚜라미 수놓거든 서랍 속 서한인 줄 여기옵소서 혼자 안은 그리움임에 갈꽃 바람타듯 수척한 동경 절언절구(切言絶句) 옥음명창(玉音名唱)에 임께서도 혹여 이 밤 새우시는지 길을 잘라 잇는 재주 있다면 한 걸음에 몸 놓아 마주보련만 닦아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매 란 국 죽 마음에 심어/ 정숙자 매 란 국 죽 마음에 심어 정숙자 매란국죽(梅蘭菊竹) 마음에 심어 마지막 순간까지 가꾸리이다 그 절개 그 향기 벗으로 모셔 만 분 일이나마 닮고픈 바램 제 뜻이 곱고만이 임도 고웁고 기다림도 아리땁게 엮으오리니 겨울이면 매화로 살고 가을이면 국화로 피게 하소서 외로움이 절벽과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모래알로 엎드린 세월/ 정숙자 모래알로 엎드린 세월 정숙자 모래알로 엎드린 세월 가슴은 파도받이 해안이라오 순간이라는 삶의 계단에 낱낱의 하루 많기도 하여 잔주름 잡히는 나이의 치마 폭마다 짙은 안개 해도 시드오 임은 멀고 마음은 비어 폐가(廢家) 모양 섰는 이 몸에 바람도 반가워 눈물겨움을 어찌 연옥이..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하늘이 혹여 알았으련가/ 정숙자 하늘이 혹여 알았으련가 정숙자 하늘이 혹여 알았으련가 땅이 혹여 알았으련가 풀잎같이 한 곳에 서서 기다림에 스러질 줄을 바람 구름도 모두 고운데 냇물 나비도 모두 빛인데 서러운 그림자 짐짓 만들어 날보고 안으라 맡겼으련가 태어남이 죄라 여기면 홀로 사모함은 벌이옵거니, 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그립단 말 한 전 담을 제/ 정숙자 그립단 말씀 한 번 담을 제 정숙자 그립단 말씀 한 번 담을 제 무너지는 마음 천이요 만 길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음에 꽃다운 임 뵙고나 지고 달 아래 기러기ㄴ 나란히 저어 넓은 강 건널 때도 행복하려니, 소리내어 울 수 없고 손길 놓아 잡을 수 없는 이 몸 임 앞에 무엇이기에 쫓겨나는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4
귀뚜라미 이슥토록 거문고 타면/ 정숙자 귀뚜라미 이슥토록 거문고 타면 정숙자 귀뚜라미 이슥토록 거문고 타면 그리움 풀잎 위에 얹고 싶어라 이슬처럼 조그마한 몸 그같이 조용한 얼굴을 하고 실바람에도 휘청거리는 꿈붙이의 운명이며도 그네 타는 별아기 모습 그 마음빛을 닮고 싶어라 임이사 아주 먼길 가시고 홀로 지키..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