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규방에 비단필로 내린 은하수/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7. 00:41

 

 

    규방에 비단필로 내린 은하수

 

      정숙자

 

 

  규방에 비단필로 내린 은하수

  푸르다 못하여 남빛 돋았죠

  임은 언덕에 멈춰 서시며

  귀한 옷 벗어 제게 주시곤

 

  산골물 시냇물 장엄한 강물

  어떻게 이울어 합쳤는지를

  금세(今世)에는 없는 오묘한 시(詩)로

  저의 영혼에 들려주셨죠

 

  그 언덕엔 바람도 없고

  하늘은 있으나 구름도 없고

  밝음 또한 있으나 해도 없었죠

 

  소첩의 시첩(詩帖)이 고욤이라면

  임의 노래는 잘 익은 천도(天桃)

  설풋잠 몽유도원(夢遊桃園) 생(生)을 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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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