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 그리워서

그립단 말 한 전 담을 제/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2. 4. 00:01

 

 

    그립단 말씀 한 번 담을 제

 

     정숙자

 

 

  그립단 말씀 한 번 담을 제

  무너지는 마음 천이요 만 길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음에

  꽃다운 임 뵙고나 지고

 

  달 아래 기러기ㄴ 나란히 저어

  넓은 강 건널 때도 행복하려니,

 

  소리내어 울 수 없고

  손길 놓아 잡을 수 없는

 

  이 몸 임 앞에 무엇이기에

  쫓겨나는 파도처럼 꺼지며 살까

 

  영롱한 족두리 색동 당의에

  머리 숙여 뵈올 날 언제 올는지

 

  뒷산 바위들 몇 억 년 전에

  내 안같이 서서 모은 기다림일까.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