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걸림돌/ 공광규

검지 정숙자 2010. 9. 26. 00:40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돼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었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 격월간『유심』2010. 9-10월호/ ‘지상중계 제3회 유심시낭독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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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광규/ 충남 청양 출생,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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