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대비/ 정숙자 변연대비 정숙자 물방울들이 하수구로 떠내려간다 내 얼굴 담은 물방울들은 어느 둑을 흘러도 내 얼굴이다 초가지붕 굴뚝 너머로 별자리 하나 새로 뜨던 날 배꼽자리 피를 닦은 물 한 대야가 풀밭 지나 하늘을 돌 아 다시금 내 배꼽 닦고 흐른다 유리컵 물 한 모금도 언젠가 거울에 맺혀 ..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09.26
걸림돌/ 공광규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 잡지에서 읽은 시 2010.09.26
네 번째 하늘에서/ 정숙자 네 번째 하늘에서 정숙자 편지는 늘 시보다 따뜻하다 허공으로 띄워 보내는 꿈이 아니라 포근히 가 닿을 주소와 그 주소의 주인이 있다 편지는 한 사람이면 모든 독자다 길이 살아남아야 할 부채도 짐지지 않는다 그가 한 번 읽어주는 것으로 생명을 마쳐도 좋다 편지는 내가 아는 한 어..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2010.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