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변연대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26. 00:43

 

   변연대비

 

   정숙자

                                                                  


  물방울들이 하수구로 떠내려간다

  내 얼굴 담은 물방울들은 어느 둑을 흘러도 내 얼굴이다

  초가지붕 굴뚝 너머로 별자리 하나 새로 뜨던 날

  배꼽자리 피를 닦은 물 한 대야가 풀밭 지나 하늘을 돌

아 다시금 내 배꼽 닦고 흐른다

  유리컵 물 한 모금도 언젠가 거울에 맺혀 내 얼굴 담았던

물방울이다

  개천, 아니 강이 되어도 물방울은 서로 헹굴 뿐

  다른 꿍꿍이 품지 않는다                    

  그 맑은 물살을 먹고 붕새 철새들도 먼 길을 가고…

  이쯤이면 우리네 한가람(漢江) 물도 은하수 넘어선 뚝심

  햇살 한 촉 후정크릴까, ―초록물 안 들이는 내 은발(銀髮)

아래 거북이 좀생이가 꿈속 구름 속 하늘을 난다

  비누칠 삼가로운 욕조에 누워 물 한 바가지 친근한 방생

  창에 비친 달님도 아주 벗은 몸 내버린 물 따라가며 발을

씻는다

     -시안 2002. 여름호_(원제: 浴室이 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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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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