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축제
고은산
군중 속 엿가위 허공을 싹둑싹둑 자른다.
부딪는 소리는 웅성거림 속 높은 음계로 휘젓는다.
귓바퀴에 에도는 난장의 음파가 시골 벚꽃축제 장터
머리 위 까치발로 높이 서 있다.
길 옆 좁은 구석에 자리 잡은 한 사내, 어두운 듯 전선을
달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방금 핀 벚꽃, 흥이 오르자
품바타령에 맞춰 엿가락 자른다.
사각 엿판 위 막대기에 달려 있는 전구의 달팽이관은
품바타령 연신 듣고 있다.
전구 속 텅스텐은 빛을 발하며 가로수 밑을 슬쩍슬쩍 훔친다.
술에 취한 노랫가락 붉게 퍼지며
누더기에, 벙거지 쓴 사내는 서늘한 어스름의 머릿결 빗는
다.
취기는 어둠에 어둠은 불빛에 비틀거리고
품바는 혓바늘 돋는 손아귀로 엿가위 흔든다.
사람들이 사라진 장터,
어둠이 벚꽃에 앉는다.
점점이 뜬 별이 박히고 가위소리 숨을 멈춘다.
벚꽃축제, 빈 의자 위 찬 바람이 척추를 꺾고 앉아 쉬며
꼬나문 담배 한 대, 품바의 하루가 타고 있다.
*시집『말이 은도금되다』에서/ 2010.8.15 <리토피아>발행
*고은산/ 전북 정읍 출생, 2010년『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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