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정숙자 당근 정숙자 그냥 흙에서 자랐을 뿐 난도질에도 비명 지르지 않는 淨飯王의 외아들 모로 누운 열반 어둠 바람 歸去來辭 마리아의 해체된 일기장 예수처럼 예수처럼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발자국 뚝뚝 끊어지는 당근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1.08
머리카락은 즐겁다/ 정영선 머리카락은 즐겁다 정영선 과묵하다 그는 이혼남이라 한다 아들과 함께 고양이를 기르는 남자 까만 펜던트 목걸이를 하고 올이 군데군데 풀린 청바지를 입고 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을 들으면서 손은 커트를 하고 눈은 어디 먼 데를 가 있다 손님이었던 여자 사랑을 먼저 고백하고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
첩첩산중/ 박무웅 첩첩산중 박무웅 나는 줄기차게 세상을 꿈꾸었다 살아서는 서슬 퍼런 칼날처럼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부딪히고 싶었다 몸이 부러져 녹슨 쇠 조각이 될지라도 죽어서는 묵묵한 인수봉처럼 몸과 정상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천기를 발설하고 싶었다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바..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