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도시
이재훈
우연히 날아온 화살에 등을 맞았다
뒤를 돌아보니 신비한 빛이 발밑으로 들이쳤다
등이 아프지는 않았다
나는 화살을 등에 꽂고 거리를 지나다녔다
겨울엔 찬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천천히 바람을 가르며
거리 위를 새겨 나간다
길의 감촉도 모른 채 떠남을 탐했다
길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명의 숲에서 충혈된 눈으로
비만한 이미지를 본다
모두 집안에 묘지를 두어 엎드려 절한다
어둠에 잠긴 강은 늘 소리를 낸다
소리의 환각을 타고
긴 여행을 떠난다
살갗을 타고 흐르는
차갑고 낯선 공기
모두 마법에 걸려 있다
복잡한 사람이고 싶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단 한 가지만 생각하는 삶
*『유심』2011.7-8월호 <내가 읽은 문제작/신진숙>편
* 이재훈/ 강원 영월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 신진숙/ 문학평론가. 2005년『유심』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역 회로/ 정채원 (0) | 2012.02.09 |
---|---|
법문(法門)/ 홍사성 (0) | 2012.02.09 |
가릉빈가/ 김옥성 (0) | 2012.02.06 |
돌아오지 않는 것/ 황희순 (0) | 2012.02.06 |
빙장(氷葬)/ 양수덕 (0) | 2012.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