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빙장(氷葬)/ 양수덕

검지 정숙자 2012. 1. 25. 02:15

 

 

    빙장(氷葬)

 

     양수덕

 

 

  향기가 절박하다

  불씨란 불씨 다 삼킨다 해도

  피 돌지 않는 고깃덩어리가

  단단하고 차가운 요람으로 돌아간다

 

  낡은 구조물을 비추는 얼음수의

  피는 더 이상 달리지 않고

  낮달처럼 숨어든 그늘과 바람이 끼적이다 만 비망록은

  관 속의 행진

  무정란을 까던 입을 잠근다

  얼음의 숨결을 뿜으며 나를 망치질한다

 

  감각이 죽고 나서야 누운 곳이 얼음잔디 같아서

  물오르는 몸, 나뭇가지 뻗고 잎사귀 돋느라 소동이더니 한순간에 진다

  되돌아 불러보는 몸의 봄

  죽어서도 제게 속는 고깃덩어리

 

  나는 죽어서까지 냄새 피우는 동물이 아니다 

  몸을 태우는 연기는 지상에서 가장 무거운 배설물

  몸의 여섯 구멍으로 도랑물 흘리지 않겠다

  독수리도 식상한 뼈는 안 먹지

  묻힐 땅뙈기 축내지 않고

  질깃한 목숨을 고민 없이 노래하는 나무 곁에는 묻히지 않으리

  믿을 수 있는 얼음장, 고독한 악기, 용장의 선택이 나였다고 말하마

 

  점점 뜨거워진다 크게 죽을 일만 남았다

  얼음감옥에 장기복역수란 없다

  한 옴큼 가루가 될 고깃덩어리

 

  얼음이 마시는 푸른 달빛 한 컵

  그 향기 날리며 불멸의 악기를 켤 순도 99.9%

                                                                  -전문-

 

  *빙장: 사체를 얼음으로 만들어 분쇄하는 친환경적 장사법.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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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1-여름호, <좋은 시가 다니는 길목-차주일 리뷰> 

  * 양수덕/ 2009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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