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장(氷葬)
양수덕
향기가 절박하다
불씨란 불씨 다 삼킨다 해도
피 돌지 않는 고깃덩어리가
단단하고 차가운 요람으로 돌아간다
낡은 구조물을 비추는 얼음수의
피는 더 이상 달리지 않고
낮달처럼 숨어든 그늘과 바람이 끼적이다 만 비망록은
관 속의 행진
무정란을 까던 입을 잠근다
얼음의 숨결을 뿜으며 나를 망치질한다
감각이 죽고 나서야 누운 곳이 얼음잔디 같아서
물오르는 몸, 나뭇가지 뻗고 잎사귀 돋느라 소동이더니 한순간에 진다
되돌아 불러보는 몸의 봄
죽어서도 제게 속는 고깃덩어리
나는 죽어서까지 냄새 피우는 동물이 아니다
몸을 태우는 연기는 지상에서 가장 무거운 배설물
몸의 여섯 구멍으로 도랑물 흘리지 않겠다
독수리도 식상한 뼈는 안 먹지
묻힐 땅뙈기 축내지 않고
질깃한 목숨을 고민 없이 노래하는 나무 곁에는 묻히지 않으리
믿을 수 있는 얼음장, 고독한 악기, 용장의 선택이 나였다고 말하마
점점 뜨거워진다 크게 죽을 일만 남았다
얼음감옥에 장기복역수란 없다
한 옴큼 가루가 될 고깃덩어리
얼음이 마시는 푸른 달빛 한 컵
그 향기 날리며 불멸의 악기를 켤 순도 99.9%
-전문-
*빙장: 사체를 얼음으로 만들어 분쇄하는 친환경적 장사법.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刊>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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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1-여름호, <좋은 시가 다니는 길목-차주일 리뷰>
* 양수덕/ 2009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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