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소한 이야기/ 이정모

검지 정숙자 2020. 1. 26. 21:39



    사소한 이야기


    이정모



  가난도 무성하면 맹금의 부리를 가진다

  버릴 줄 모르는 욕망도 그렇다


  이 말은 사람 말고도, 새도 하늘도 바람도 다 들여다 본 말

  그러나 사소하지만 듣고는 얼른 놓아버린 말


  나무를 살게 한 산에 감사하지 못하고

  바람을 외면했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해

  사람이 숲에서 얼굴 없는 사람이 울고 있다


  아름답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울타리를 치고

  들어앉은 얼굴에 대고 차마 생의 사슬을 얘기할 수 없어

  가난은 생시에나 지나가는 비 같은 것이니

  무딘 눈을 감고 사람의 얼굴을 생각하라 했다


  생명을 숨 쉬게 하는 숲은 씨앗으로 비롯되었겠지만

  사람이 얼굴을 갖게 되는 이유는

  늘 해결되지 않는 의문 하나를 가슴에 심는 것이라 했다*


  열매란 해답은 늘 세월 속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살피고

  사랑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것 따위,

  믿는다는 것은 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숲이 신뢰를 얻을 때 얼굴에 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삶은 해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물음으로 살아야 한다고도 말한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어느 날

  자신이 해답 속에 있음을 알게 될 때가 있을 거라는 둥

    -전문-


   *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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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19-겨울호 <신작시> 에서

  *  이정모/ 2007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허공의 신발』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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