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계간『다층』이 선정한 올해의 시조 best ten> 中
날아라, 두루미
임채성
자판기 커피 뽑다 새 한 마리 다시 본다
우수리로 돌려받은 오백 원 주화 속에
양 날개 활짝 펼친 채 부조된 저 두루미
어디로 날고 싶었나, 좁은 목 길게 빼고
하릴없이 바라보는 납빛에 잠긴 하늘
몸값을 저당 잡혀도 이민의 꿈은 멀다
주물공장 뜨건 굴뚝 지나온 황사비가
거품 문 개울 따라 몸 푸는 그날에도
갈맷빛 스러진 산엔 피가 돌고 있을까
소나무 참나무가 종이컵을 찍는 도시
뻥 뚫린 고목 가슴 콘크리트 땜질하듯
두루미 숨찬 울음이 쇳소리로 울린다
-전문, 『시조 21』(2019, 가을)
▶ 세상을 떠나도 오래 남는 것에 대한 미학적 천착(발췌)_ 이정환/ 시인
임채성의 「날아라, 두루미」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웬 두루미일까 하며 따라가다 보면 "자판기 커피 뽑다 새 한 마리 다시 본다"에서 새가 바로 "우수리로 돌려받은 오백 원 주화 속에/ 양 날개 활짝 펼친 채 부조된 저 두루미"를 발견하게 된다. 둘째 수에서 화자는 하고 싶은 말을 넌지시 비친다. "어디로 날고 싶었나, 좁은 목 길게 빼고/ 하릴없이 바라보는 납빛에 잠긴 하늘/ 몸값을 저당 잡혀도 이민의 꿈은 멀다"라면서 아픈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셋째 수에서는 보다 구체적이다. "주물공장 뜨건 굴뚝 지나온 황사비가/ 거품 문 개울 따라 몸 푸는 그날에도/ 갈맷빛 스러진 산엔 피가 돌고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여기쯤에서 삶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감지한다. 끝 수를 보자. "소나무 참나무가 종이컵을 찍는 도시/ 뻥 뚫린 고목 가슴 콘크리트 땜질하듯/ 두루미 숨찬 울음이 쇳소리로 울린다"고 노래하면서 두루미로 은유된 한 서민의 초상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을 보게 된다.(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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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 2019-겨울호 <기획특집_2019 올해의 좋은 시조/ 총평>에서
* 임채성/ 2008년《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세렝게티를 꿈꾸며』『왼바라기』, 시선집『지 에이 피』
* 이정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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