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곰피*/ 이현실

검지 정숙자 2020. 1. 14. 16:15

 

 

<2019, 『미래시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中

 

    곰피*

 

    이현실

 

 

  저녁 밥상에

  만리 포구 한 접시 올라왔다

  물새 울음도 한 소절 곁들여 놓았다

  갯바위소 물살을 밀고 당기면서

  멀리도 쓸려온 생

  살아보겠다고 갈기갈기 열어 놓은

  푸른 숨구멍에서

  들숨 날숨 갯바람이 불어 나온다

  목숨은

  밀물과 썰물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물살로 만나는 경계선

  거친 물살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끝내 밥상에 올라왔구나

  그랬구나 여기까지가 네 생이다

    -전문-

 

 

  * 곰피: 쇠미역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 미끌미끌한 점액질이 묻어나고 구멍이 많은 특징이 있음.

  ** 심사평: 「곰피」 외 2편이 최종심에 올라온 이현실의 작품은 소재와 발상이 독특하고 참신하다. 문장을 끌고 미는 힘, 능청을 부리는 기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곰피'는 밥상에 올라온 쇠미역에서 영감을 얻은 시다. 우리의 저녁 밥상은 아침 밥상보다 왜 더 애틋할까. 쇠미역에서 물새울음과 갯바람을 듣고 숨구멍을 응시하는 밀착력도 뛰어났다. 그리고 거기서 생을 얘기하는 것은 시인의 고유한 영역인 것이다. (한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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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19-겨울호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서

  * 이현실/ 2003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수필 부문 등단, 2006년 서울문학 시 부문 등단, 시집『꽃지에 물들다』, 수필집『꿈꾸는 몽당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