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세(歲)/ 강성은(본명: 강초우)

검지 정숙자 2020. 1. 14. 15:35

 

 

 

 

  강성은(본명: 강초우)

 

 

  날아가는 새를 그림 속에 가두려다 그만

  다리뼈를 부러뜨렸다, 허공이

  절뚝거렸다

 

  사로잡힌 공기가 푸드득거리며

  풍선처럼 부풀었다

  바람의 칼날은 지문을 남기지 않고도

  예리하게 허공을 밀어올렸다

 

  이제 그만

  목을 놓아줄 실마리를 찾아야 할 텐데……

 

  둥지를 버리면 날개를 달 수 있다 했지

  풍선이 날아간 빈자리엔

  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갈비뼈 안쪽으로 숨어들어

  누란累卵의 고통을 견디는 동안

  한 웅큼씩 빠져나가는 깃털은

  감당할 수 없는

  무중력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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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19-겨울호 <미래시학 시단 1>에서

  * 강성은(본명: 강초우)/ 2003년『미네르바』로 시 부문 신인상 & 2005년『월간문학』으로 동시 부문 당선, 저서『2016, 한국을 빛낸 문인』『까치발로 오는 눈』등 공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