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간판 외 1편/ 박춘자

검지 정숙자 2020. 1. 14. 15:52

 

 

    간판 외 1편

 

    박춘자

 

 

  약혼하고 가게 개업한다고 해서

  꽃 들고 찾아갔습니다

 

  내 이름 두 자를 넣은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마음을 간판에 적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님이 뜸했습니다

 

  결혼 몇 달 만에 폐업을 하고

  간판을 내렸습니다

 

  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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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골목

 

 

  우리 집 옆 골목

  은행나무가 즐비합니다

 

  가을은 맨 먼저

  이 골목으로 달려왔습니다

 

  해마다

  은행 알 주워오던 남편

 

  홀로 남으니

  냄새나는 은행 알 구워

  기침을 달래줄 사람도 없습니다

 

  사랑 없이는

  악취도 이길 수가 없나봅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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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19-겨울호 <미래시학 시단 Ⅱ>에서

  * 박춘자/ 2019년『미래시학』으로 등단, 시집『그리움을 곁에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