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외 1편
박춘자
약혼하고 가게 개업한다고 해서
꽃 들고 찾아갔습니다
내 이름 두 자를 넣은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마음을 간판에 적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님이 뜸했습니다
결혼 몇 달 만에 폐업을 하고
간판을 내렸습니다
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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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골목
우리 집 옆 골목
은행나무가 즐비합니다
가을은 맨 먼저
이 골목으로 달려왔습니다
해마다
은행 알 주워오던 남편
홀로 남으니
냄새나는 은행 알 구워
기침을 달래줄 사람도 없습니다
사랑 없이는
악취도 이길 수가 없나봅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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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 2019-겨울호 <미래시학 시단 Ⅱ>에서
* 박춘자/ 2019년『미래시학』으로 등단, 시집『그리움을 곁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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