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잉크
- Roland Bartes
장이지
롤랑이 죽은 뒤
그의 방에서는
일만 삼천 장의 메모 카드가 발견되었다.
그중 삼백이십 장의 카드에는
'애도 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검은색 볼펜과 연필로 가필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푸른색 잉크로 쓴 것이었다.
그 카드 묶음은 유럽의 어느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고
외부인에게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푸른색 잉크는 퇴색하지 않고 여전한지.
시간의 것이 되지는 않았는지.
울음 폭탄 뒤에도 슬픔은 정말 줄어들지 않는지.
마치 지구방위군의 화력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사도使徒처럼
슬픔은 무너지지도 무너뜨릴 수도 없는 것인지.
-전문, 『Axt』2018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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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에스프리』2019-겨울호 <신작시 / 시인이 고른 시> 에서
* 장이지/ 2000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레몬옐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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