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 친구는 그 노래로 백만불을 벌었대/ 홍지호

검지 정숙자 2020. 1. 4. 00:05

 

    그 친구는 그 노래로  백만불을 벌었대

 

    홍지호

 

 

  그러니까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그게 우리 돈으로 12억쯤 된다

  우리 돈이라는 말이 우스웠다.

 

  어딘가에서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을

  우리 돈

 

  떨어져있는 낙엽을 보며

  떨어지고 있는 낙엽을 보며

  혹은 바람 덕분에 떨어지지도 상승하지도 못하는

  낙엽을 보며

 

  저게 다 돈이었으면

  젠장할 돈이었으면

 

  낙엽들에게 유감과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잘못이다.

 

  그 친구는 그 노래로  백만 불을 벌었다고 한다. 그 노래는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 노래가 백만 불쯤 된다고 생각하니 선뜻 듣기가 어렵다. 분명.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어.

  친구는 이야기했지만. 그 이야기로 백만 불을 벌었다니. 20대에 레인지 로버를 끌게 되었다니 그 노래가 우리의 이야기 같지 않고  친구가 친구 같지 않고 백만불이 백만 불 같지가 않고.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지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 돈 좀 빌려줄 수 있겠니

  물어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한 노래를

  잘 들었다고

 

  어렴풋하다고 모든 것이

  어렴풋한 것처럼 들리는 좋은 노래였다고

 

  좋은 음악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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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2019-겨울호 <시로여는세상의 시인들> 에서

  * 홍지호/ 2015년『문학동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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