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푸른색 잉크/ 장이지

검지 정숙자 2020. 1. 6. 02:19

 

 

   푸른색 잉크

    - Roland Bartes

 

    장이지

 

 

  롤랑이 죽은 뒤

  그의 방에서는

  일만 삼천 장의 메모 카드가 발견되었다.

  그중 삼백이십 장의 카드에는

  '애도 일기'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검은색 볼펜과 연필로 가필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푸른색 잉크로 쓴 것이었다.

 

  그 카드 묶음은 유럽의 어느 도서관에 보존되어 있고

  외부인에게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푸른색 잉크는 퇴색하지 않고 여전한지.

  시간의 것이 되지는 않았는지.

  울음 폭탄 뒤에도 슬픔은 정말 줄어들지 않는지.

 

  마치 지구방위군의 화력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사도使徒처럼

  슬픔은 무너지지도 무너뜨릴 수도 없는 것인지.

    -전문, 『Axt』2018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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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에스프리』2019-겨울호 <신작시 / 시인이 고른 시> 에서

   * 장이지/ 2000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레몬옐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