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충무 깁밥/ 윤동재

검지 정숙자 2019. 12. 13. 15:36

 

 

  충무 김밥

 

  윤동재

 

 

한때 충무라 부르기도 했던 통영에 가면

충무 김밥이 이름나 있지요

충무 김밥 팔면서 욕부터 먼저 하는

욕쟁이 할머니는 더더울 이름나 있지요

어디서 온 손님이건

어른 아이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손님이 오면

욕부터 해서 그렇지요

 

통영까지 와서 할머니한테 욕 얻어먹으며

김밥 먹기 싫으면 다른 집에 가라고

내 돈 내고 욕 먹어가며

구태여 욕쟁이 할머니네

충무 김밥 먹을 게 뭐 있냐고

다른 집으로 가서 충무 김밥 사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욕쟁이 할머니 충무 김밥 팔기도 전에

욕부터 걸쭉하게 하지요

 

그런데 충무 김밥 파는 욕쟁이 할머니

손님이 오면 욕부터 먼저 하는 것은

실은 다른 까닭이 있지요

원래 욕을 남들보다 잘 해서도 아니고

늘 욕이 하고  싶어 못 견디어서도 아니고

욕쟁이 할머니 집으로만 손님이 몰리면

욕쟁이 할머니 집은 너무 힘들고

다른 집은 다른 집대로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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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창작』2019-겨울호 <80 · 90년대 시인 신작시 특집>에서

* 윤동재/ 1982년『심상』으로 등단, 시집『마른 장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