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간사(奸邪)/ 신진

검지 정숙자 2019. 12. 8. 03:12

 

 

    간사奸邪

 

    신진

 

 

  돈이 생기니

  잡념이 많아졌다

 

  돈만 들와봐, '아너 소사이어티'에

  쪼끔이나마 마음 빚 갚으리

  없을 때는 그거 하나 욕심이었는데

 

  막상 들오니까 들끓어 오르는 잡생각

  집부터 넓혀야 해

  명색이 대학 선생 출신 체면에

  거실 서재 안방 건넌방 따로 두는 게 기본이지

 

  연금만 믿고 살 수 있나?

  똑똑한 임대 상가 한둘은 두어야 마음 놓이지

  건강식품에 골프 연습장 수영장 회원권

  온갖 것이 다 궁금하고 신경 쓰인다

 

  폐기 날짜 벼르던 고물 라디오

  고물 타이프라이터 고물 귀목반닫이

  버릴 수 없다

  두고 보면 저들도 돈 될 날 있으려니

 

  잡념이 무릎 꿇린다

  아들, 며느리 찡긋찡긋 웃는 모양 전 같지 않다

 

  땡전 몇 푼 지니게 되니 더 갖고 싶다

  돈이 생기니까 돈이 제일이다

    -전문-

 

 

   * Honor Society: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목적으로 2007년 우리나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설립한 1억 이상의 기부자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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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2019-겨울호 <신작시>에서

  * 신진/ 1974-76년 『시문학』에 천료, 시집『석기시대』외, 논저『차이 나는 시 쓰기-치유의 시론』외, 창작동화『낙타가시꽃의 탈출』, 에세이집『촌놈되기』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