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미나_감정의 심미적 顯現(발췌)/ 문 빌리지(Moon Village)* : 박윤일

검지 정숙자 2019. 12. 9. 00:34

 

 

  문 빌리지 Moon Village*

 

  박윤일

 

 

밤새 뒤척이던 당신 새벽 문을 열고 나갔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난청이 문틈으로 휘몰아쳤다

당신에게서저 달까지 몇 정거장이나 될까

'천천히 와도 돼요'

나는 이불 속에서 자음모음을 만지막거렸다

 

폭풍 뒤 맑은 저녁을 가로질러 나는 퇴근을 한다

18평 아파트 매매문서가 공원 벤치에 펼쳐져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주소에 세간들이 달그락달그락

환한 계절은 지나갔는데 아직 흰민들레꽃 止止 않았다

 

내일은 왕순자부동산에 들러 달동네 방을 구해야지

저 초승달의 부엌은 어제보다 넓네

 

自己야, 척추에 박힌 철심 녹아 흐르기 전

구멍 난 밤하늘에 잃어버린 집을 지어야지

나는 지나간 계절을 시멘트에 섞고 벽돌을 나를 테지

먼 훗날은 당신 오른쪽 둥근 눈썹부터 활짝 차오를 테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새집이 자꾸만 기다려진다 

   -전문-

 

 

 * 유럽우주국(ESA) 은 2030년 완공 예정으로 달 표면에 2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영구적인 우주기지국인 문 빌리지(Moon Village)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감정의 심미적 현현顯現(발췌)_ 이미나

  감정은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한 소질이며, 인간의 중요한 정서적 표현이자 정신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은 고등한 인지적 감정으로 분류되며, 기본 감정은 보편적 · 본유적이고 고등한 인지적 감정은 보편적이지만 많은 문화적 변이를 겪는다. 스피노자는 사랑, 미움, 질투, 명예심, 동정심 등의 여러 감정과 그 외의 마음의 격정을 인간 본성 자체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신체는 느끼는 대로 존재하며 느낌은 "진행되고 있는 생명의 상태"이자 신체의 상태를 "마음의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감정을 가지며, 다양한 감정은 더 나은 삶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 인간이 타인과 소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데서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은 삶의 활력이 되고, 잘못된 행위에서 오는 죄책감이나 수치, 부끄러움은 인격의 성숙을 가능하게 한다. 감정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심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이 있는 존재인 인간의 감정 반응은 보편적이며 본래적인 것이다. 인간의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 두려움 등의 감정을 선천적으로 타고났으며, 삶에서 마주하는 대상과 상황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존재이다. 즉 감정은 인생의 여러 상황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강력하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내적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느낌이 감정을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각과 같은 신체적인 반응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대상에 대해 느끼는 마음 또는 기분으로 주로 외적 요인에 일어나는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p.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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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2019-겨울호 <시인해부/  근작시/ 평론>에서

  * 박윤일/ 2014년『시작』으로 등단

  * 이미나/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홍익대 & 추계예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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