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어지기까지
이학성
지구가 둥글다고 말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시기,
다들 소중하게 간수했기에 나서길 꺼렸으나
목숨을 내던지며 그는 지구가 둥글다고 말했다.
광장이 들끓었다.
성난 군중이 그를 목 졸라 높다란 종루에 매달았다.
비참한 최후는 아주 멀리서도 목격되었다.
소문은 말보다도 더 빠르게 달렸다.
고독하게 빈 서재를 지킨
모래시계가 연신 모래알을 토하고 있었다.
왜 그는 목숨이 아깝지 않았을까.
한 번 더 결단을 미루려고 하지 않았을까.
과연 순리를 알긴 알았을까.
종교가 과학과 문명을 시종처럼 부리며
짓궂게 구박하고 간섭하던 시기,
그때부터 지구는 비로소 올바르고 아름답게 둥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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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2019-겨울호 <신작소시집>에서
* 이학성/ 1990년『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여우를 살리기 위해』『고요를 잃을 수 없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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