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현승_ 그는 왜 아방가르드가 되었는가(발췌)/ 드라이아이스 : 송승환

검지 정숙자 2019. 12. 2. 02:27

 

 

    드라이아이스

 

    송승환

 

 

  다시 내린 눈으로

 

  바퀴 자국이 지워졌다

 

  찌그러진 자동차가 견인되었다

 

  앰뷸런스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눈물 없이 울던 그녀의 뒷모습

 

  새벽 안개와 함께 지상에서 걷혔다

 

  불을 품은 뜨거운 얼음에 데인 적이 있다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중에 녹아 사라진다*

 

  하늘 한가운데 구름이 흘러간다

    -전문, 『드라이아이스』2007. 문학동네

 

 

  ▶ 그는 왜 아방가르드가 되었는가(발췌)_ 이현승/ 시인

  지금 다시 봐도 신기한 것은 송승환의 첫 시집『드라이아이스』에는 희한하게 사고 난 풍경이 많다는 점이다. 이 시 「드라이아이스」에도 찌그러진 자동차와 멀어지는 앰뷸런스를 통해 교통사고를 알린다. 눈은 자동차의 사고 흔적을 지우고, 새벽안개가 걷히면서 이 모든 것들은 '걷혔다' 그런데, 이 축소지향의 시인은 이 모든 기억과 경험을 단 하나의 이미지 위에 연결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그 환유적 대상물은 '드라이아이스'이다. 드라이아이스는 냉각재이면서도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일으키므로 극단의 열기와 극단의 냉기를 연결시킨다. 더욱이 얼음이 녹아 흥건해지는 것과는 달리 이 냉매재는 휘발된다. 그러므로 '치워진' 사고의 흔적은, 드라이아이스는 사라졌는데, 그것을 만진 사람의 화상만 남아 있는 것과 잘 겹쳐진다. 열과 냉, 고형과 기화, 있음과 없어짐, 그러한 사라짐을 다시 압축하는 구름은 드라이아이스의 두 번째 성상일 것이니 이 시는 비교적 구심점이 뚜렷한 작품에 속한다. 아무튼 「나사」이후 그는 지속적으로 사물시를 쓰면서 질탕한 고백의 시와는 완전한 이별을 고한다. 그의 시에 자잘한 낭만이나 감동이나 눈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평소 그가 미학적으로  가장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는 '신파'처럼 그렇게 감정의 분출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나타난다. 앞에서 이상하게 첫 시집에는 교통사고나, 건설현장에서의 사고 같은 사고 이미지가 많이 보인다고 했는데, 달리 말하면 그의 첫 시집에는 도로나 작업장 같은 공간이 주력 공간으로 드러나 있는 것 같다.(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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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9-8월호 <커버스토리-송승환>에서

  * 이현승/ 시인, 2002년『문예중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