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령
윤의섭
보름이었다
벌써
라고 내뱉은 너는 놀랐거나 실망한 것이다
달을 올려보며 기원하는 건 오랜만이었고
몇 달 됐어요 수술한 지
남 일처럼 얘기했고 무덤덤하라는 듯싶어 무심한 척 했다
어떤 소식은 끝을 몰라야 했다
봄에는 친구에게 아내 안부를 묻자 투병이 길었다고 할 뿐 말끝을 흐렸고
여름에 또 다른 친구는 아이가 호전되고 있다면서 울었다
우린 살아 있어서 슬픈 거였다
언젠간
라고 말하곤 너는 내내 침묵 중이다
누군가에겐 보름이 다시 오지 않는다
나는 내 소식은 전하지 못하고 차가운 달에 묻어 두고
듣고만 있다
곁에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닐 거라고
어깨를 스쳐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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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9-8월호 <신작특집>에서
* 윤의섭/ 1994년『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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