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얼굴의 각주/ 이륜

검지 정숙자 2019. 12. 2. 00:26

 

 

    얼굴의 각주

 

    이륜

 

 

  초상 속에 웅덩이를 그릴 것입니다.

  작은 점 하나에서 해골과 웅덩이는 자랐습니다.

 

  작은 돌멩이는 퐁당!

  소리에 급하게 늙었다 또 젊어집니다.

  그것은 맨 처음 맑은 물에서

  각자의 얼굴들을 가져 온 풍습 때문입니다.

  천차만별의 각주란 별의 흉내입니다.

  점점이 찍힌 마침표와 지루한 구두점

  웃음의 지형도와 찡그린 주름의 지도는

  아직, 돌멩이가 다녀가지 않았단 증거입니다.

 

  기록지마다 교정된 각주

  이름마다 붙은 호칭의 각주들

 

  문화사 구호를 외치는 앵무새의 깃털 같은 종려나무 잎사귀, 소용돌이치는 각주의 늑재에서 녹색 종의 파장이 울려 번집니다. 보이지 않는 음각의 공백이 표정이 됩니다.

 

  감정의 쉴 자리가 없는 무표정

  외면으로 감추고 싶은 각주가 뒤틀어집니다.

  작은 냇물에는 물봉선화와 기슭, 비스듬히 기울어진

  종려나무들이라는 표정을 거느립니다.

  처지를 바꾸어 계절마다 각주를 씻곤 합니다.

 

  어떤 표정에는 몰려드는 주변이 있고

  냇물은 모른 체하고 기슭이 됩니다.

 

  공지를 찾습니다.

  공지는 눈 맞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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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9년 11-12월호 <신작시 & 대표시 광장>에서

  * 이륜/ 2019년『시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