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속에 늑대가 살아 있다
김태형
두 다리는 사냥하기에 너무 느리다
몇 개의 바위를 기어오르고 겨우 잡목 숲에 도달하면 그새 지쳐 있다
먹잇감을 쫓은 게 아니라 먼저 유유히 지나간 늑대 그림자를 따라갔
을 뿐
배고픈 게 두려웠지만 빠르고 강한 네가 더 두려웠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했을까
누런 네 이빨을 뽑고 네 심장을 찢어놓을 힘은 무엇이었을까
거짓말은 너를 죽이고야 말겠지만 그곳에 아직 살아있는 너는 사라
지지 않는다
늑대 무리가 사납게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 <시산맥> 2011-가을호, '신작시'에
*김태형/ 서울 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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