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강변북로/ 강인한

검지 정숙자 2011. 6. 13. 01:23

 

    강변북로


      강인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이 지나갔다.

  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

  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

  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

  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

  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

  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


  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 일찍이

  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

  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통의 에어쇼,

  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


  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

  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


  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

  술 한 잔 나누며

  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

                                                                 - 『유심』, 5_6월호 



  *『현대시』2011-6월호 <현대시작품상 이달의 추천작>에서

  * 강인한/ 전북 정읍 출생, 1967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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