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강의실
이재훈
햇살이 창가에 와서 눕는다
우리는 저 찬란한 햇살을 의지하지 못한다
강의실은 학생들로 빼곡하다
사육당하는, 사육당하고 싶은 청년들
먼 대양의 꿈도
격정적인 연애의 꿈도 잊었다
따닥따닥 볼펜이 책상을 찧는 소리
얼굴 모두에 수상한 간판이 붙어 있다
강사는 얘기한다
꽃잎 떨어지는 날들을 탐하지 말라
햇살보다 형광등이 우리에겐 더 소중해
볼펜이 누워 있다
볼펜 속 스프링이 팽팽하다
펜의 머리를 눌러야만 중심이 나오는
저 결박의 세계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종이와 펜으로 묶는
상생의 세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안해
어떻게 홀로 세상에 나갈까
불안해하지 말고, 사랑하자
꿈꿀 수 있는 우리들의 강의실을
밝고 밟혀야 할 우리들의 친구들을
*『현대시』2011-여름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에서
* 이재훈/ 강원 영월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택배/ 최 준 (0) | 2011.06.13 |
---|---|
숭고한 셀러던트/ 이재훈 (0) | 2011.06.10 |
난해시 사랑/ 복효근 (0) | 2011.06.09 |
君子三樂* / 우원호 (0) | 2011.06.09 |
올해의 가장 재미없는 문학상/ 김성규 (0) | 2011.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