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꿈꾸는 강의실/ 이재훈

검지 정숙자 2011. 6. 10. 12:48


    꿈꾸는 강의실


     이재훈



  햇살이 창가에 와서 눕는다

  우리는 저 찬란한 햇살을 의지하지 못한다

  강의실은 학생들로 빼곡하다

  사육당하는, 사육당하고 싶은 청년들

  먼 대양의 꿈도

  격정적인 연애의 꿈도 잊었다

  따닥따닥 볼펜이 책상을 찧는 소리

  얼굴 모두에 수상한 간판이 붙어 있다

  강사는 얘기한다

  꽃잎 떨어지는 날들을 탐하지 말라

  햇살보다 형광등이 우리에겐 더 소중해


  볼펜이 누워 있다

  볼펜 속 스프링이 팽팽하다

  펜의 머리를 눌러야만 중심이 나오는

  저 결박의 세계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종이와 펜으로 묶는

  상생의 세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불안해

  어떻게 홀로 세상에 나갈까

  불안해하지 말고, 사랑하자

  꿈꿀 수 있는 우리들의 강의실을

  밝고 밟혀야 할 우리들의 친구들을


  *『현대시』2011-여름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에서

  * 이재훈/ 강원 영월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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