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꽃
전순영
왜군 10만 여명이 진주성을 쳐들어오자 군인과 시민은 한 덩이 바위
가 되어 가로 막았지만 다 죽고 말았다
논개는 속으로 뼈를 갈았다 갈고 또 갈았다 날마다 뼈를 갈 때 그 살
내음이 몸 밖으로 水蜜桃처럼 단내가 흘러 나왔다 왜장 게야무라가 논
개 곁으로 다가오자 논개는 사 알 짝 단물 주르르 흘리며 위암으로 갔
다
왜장이 위암위에 오르자 논개는 퍼렇게 날이 선 두 팔로 게야무라를
꼭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 논개는 삼천리금수강산에 지지 않는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위암은 義巖으로 다시 태어나 지금도 남강에 몸을 담그고 하반신을
씻고 있다 그때 게야무라 몸뚱이가 툭 떨어지던 그곳을
*『애지』2011-여름호 <애지의 시인들>에서
* 전순영/ 전남 나주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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