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지지 않는 꽃/ 전순영

검지 정숙자 2011. 5. 17. 01:32

 

 

    지지 않는 꽃


      전순영



  왜군 10만 여명이 진주성을 쳐들어오자  군인과 시민은 한 덩이 바위

가 되어 가로 막았지만 다 죽고 말았다


  논개는 속으로 뼈를 갈았다 갈고 또 갈았다 날마다 뼈를 갈 때 그 살

내음이 몸 밖으로 水蜜桃처럼 단내가 흘러 나왔다 왜장 게야무라가 논

개 곁으로 다가오자 논개는 사 알 짝 단물 주르르 흘리며 위암으로 갔


  왜장이 위암위에 오르자 논개는 퍼렇게 날이 선 두 팔로 게야무라를

꼭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 논개는 삼천리금수강산에 지지 않는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위암은 義巖으로 다시 태어나 지금도 남강에 몸을 담그고 하반신을

씻고 있다 그때 게야무라 몸뚱이가 툭 떨어지던 그곳을



  *『애지』2011-여름호 <애지의 시인들>에서

  * 전순영/ 전남 나주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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