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엘리게이터
강희안
그가 주말마다 엘리베이터 갈아타면서
붉은 악어백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줄줄 달력의 버튼 누르며
수평 하강을 반복하는 동안
한 장씩 드르륵 뜯겨져 나가는
스프링 바퀴의 궤적을 염탐할 것이다
늪지의 낌새가 수상해지는 사이
늙은 여름이 불쑥 끼어들기 시작했다
지방선거에 몸살하던 유월은
앞에 두 칸 뒤에 세 칸
달의 공석으로 남겨둘 것이다
새파란 살부의 음기가 깔려 있으므로
그는 태양의 시절이 그리웠다던가
사슴과 오리, 거북에 따라
제 방식대로 이빨을 드러내곤 했다
한때 수직 상승을 꿈꾸었지만
매달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최고라는 1의 지분을 행사할 것이다
그는 다음 달 말일로 예정된 공개담화에서
빛살의 가닥을 잡을 것이다
악어의 틈입자로 살아남을 것이다
그는 구름의 층운 넘나들다가
다시 일식의 제단을 건드릴 기세다
그것이야말로 맛있는 잔치라고
그가 달력에 들인 서른 개의 방
코와 귀에 깃든 감성의 버튼에 맞춰
태양의 조감도 펼쳐들고 있다
나날이 엘리베이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참으로 붉디붉은 날이다
그는 오랜만에 게으른 하품을 팔았다
*『애지』2011-여름호 <애지의 초대석>에서
* 강희안/ 대전 출생, 199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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