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엘리베이터 엘리게이터/ 강희안

검지 정숙자 2011. 5. 17. 01:49

 

  엘리베이터 엘리게이터


     강희안



  그가 주말마다 엘리베이터 갈아타면서

  붉은 악어백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줄줄 달력의 버튼 누르며

  수평 하강을 반복하는 동안

  한 장씩 드르륵 뜯겨져  나가는

  스프링 바퀴의 궤적을 염탐할 것이다


  늪지의 낌새가 수상해지는 사이

  늙은 여름이 불쑥 끼어들기 시작했다

  지방선거에 몸살하던 유월은

  앞에 두 칸 뒤에 세 칸

  달의 공석으로 남겨둘 것이다

  새파란 살부의 음기가 깔려 있으므로


  그는 태양의 시절이 그리웠다던가

  사슴과 오리, 거북에 따라

  제 방식대로 이빨을 드러내곤 했다

  한때 수직 상승을 꿈꾸었지만

  매달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최고라는 1의 지분을 행사할 것이다


  그는 다음 달 말일로 예정된 공개담화에서

  빛살의 가닥을 잡을 것이다

  악어의 틈입자로 살아남을 것이다

  그는 구름의 층운 넘나들다가

  다시 일식의 제단을 건드릴 기세다

  그것이야말로 맛있는 잔치라고


  그가 달력에 들인 서른 개의 방

  코와 귀에 깃든 감성의 버튼에 맞춰

  태양의 조감도 펼쳐들고 있다

  나날이 엘리베이터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참으로 붉디붉은 날이다

  그는 오랜만에 게으른 하품을 팔았다

 

 


  *『애지』2011-여름호 <애지의 초대석>에서

  * 강희안/ 대전 출생, 199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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