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신용목
흐르는 거리, 공기의 구멍을 세는 빗방울들이 하나씩 손가락을 부러
뜨린다.
청바지를 입은 몸에서,
목걸이를 걸고 있는 목에서.
잘려나간 얼굴들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하나씩 아픈 약속을 깨문다.
흐린 바닥에서 번지며,
미안해, 별
하나를
지웠어. -놓쳐버린 종이컵에서
쏟아진 구름이.
흐르는 거리, 공기의 몸을 더듬는 손가락들이 조금씩 옷자락을 타고
오른다.
청바지에서 빠진 푸른 물이,
목걸이가 만든 둥근 올가미가.
반짝이는 구멍으로 깊어지던
밤하늘 검은
노래 하나를. -그리고
더는 꼽을 수 없는 손바닥 아래에서
구겨진 종이컵.
구겨진 구름아. 바닥에서 뒹구는 머리가 질척이는 얼굴을 풀어놓을
때,
흐르는 거리, 한 다발씩 찢긴 악보로 피는 어둠이 향수를 파는 상점 네온
위에 떨고 있다.
부러진 손가락들이 짚고 있는 별자리처럼
목 아래 가지런히 단추를 달고.
나는 모든 노래의 끝에 채워져 있다,
얼굴을 잃어버린 마네킹처럼,
*『애지』2011-여름호 <애지의 시인들>에서
* 신용목/ 경남 거창 출생, 2002년『작가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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