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문성해
누구에게 꺾어줄 수도
머리에 꽂을 수도 없는 꽃
하늘 향해 종주먹질하는 꽃
경주 황남동 냇가 옆 공터 올해도 파꽃은 무더기 무더기 피어났어라 사람들은 이끼 낀 기와지붕 아래 깊숙한 묘혈을 파고 앉아 동자승을 모시거나 기도문을 외우거나 밖에선 안을 볼 수 없는 문을 통해 골똘히 내다보았네 시푸른 파밭 사이 낮게 비행하는 잠자리들과 종일 흘레붙던 개들을
동그란 마이크를 매단 파꽃
성게처럼 촉수를 뻗친 파꽃
파꽃은 굵고 튼실하네
파꽃은 쿨럭쿨럭 허공을 굴러가네
파밭 속에서 몇 시간째 시시덕거리던 미친 여자를 내쫓으려고 동국 속에서 해골 같은 노인 하나 지게막대기를 들고 나오네
파꽃이 희번덕거리며 도망치네
파꽃이 까르르 까르르 허공을 굴러가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3-4월호<우리 시의 현장_새로운 형식의 격월평>에서
* 문성해/ 경북 문경 출생, 1998년《경향신문》, 200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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