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표절 시비/ 채선

검지 정숙자 2011. 3. 30. 23:08

 

 

  표절 시비

   -옛날 옛적 꽃날 적에


   채선



  사실적 표현을 하자면 이렇다.


  너나없이 우리는

  어제 그제 십년 전, 보다 훨씬 이전의 것들을

  새로운 듯 써 갈기고 있다.


  폭삭 망하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을

  낯익은 생소함


  찰나에 피었다 지는

  나만의 꽃을 꺾은 것 같지만

  종이꽃 한 줌 쥐었을 뿐


  산뜻하게 필사된 너를 머리에 얹고

  그제의 피로 십 년 전의 악몽을 읽는다.

  반 백 년 시든 꽃물이 번진다.


  생화(生花)처럼

  내가 또 베껴지고 있다.



  *『불교문예』2011-봄호 <신작시>에서

  * 채선/ 서울 출생, 2003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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