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효과
정익진
angel in us coffee,
우리는 ‘우리들 안의 천사’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순식간, 맹독처럼 퍼져오는 카페인의 습격,
머리가 핑, 돌며 돌아가는 몇몇 장면들,
연약한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면…다이아몬드가
쏟아질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봤으면
내가 잠들 때마다 폭죽이 터지기를…우산이 필요할 거야
복도를 끝없이 걸어가는…
눈 내리는 풍경을 이끌고 다가오는 소리
약 2분 동안의 허무, 누구를 위한 허무인지.
(갑자기 필름이 툭, 끊어지고)
내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내 심장에 귀를 대고 있던 그녀가 말을 한다.
사랑해요, 에스프레소에 물을 좀 섞으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듬뿍 넣고 저으면 카페라테,
하얀 거품이 여자 입술에 묻으면
거품 키스가 되는 거죠.
그래요, 에스프레소에 마약을 섞으면
술을 타서 양귀비 몇 띄워놓으면
해서 그것이 가을바람이라면
그럼, 키스는 누구와 해야 하나요?
얼굴이 붉어지고 알 수 없는 열정에 휩싸인다.
더욱더 다급해지는 나의 심장박동,
흥분이라기보다는
지독한 설렘이랄까.
그러한 설렘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버스를 탄다.
(차창 밖으로…손을 흔드는 그녀의 모습)
그놈의 브레이크, 브레이크!
끼이익!!!
버스의 바닥 위로 주르르 쏟아지는,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를 서로 주우려는 천사들)
*『현대시』2011-5월호 <신작특집>에서
* 정익진/ 부산 출생, 1997년『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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