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금맥을 찾아서/ 김현식

검지 정숙자 2011. 3. 23. 01:42

 

   금맥을 찾아서


     김현식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곳에 반짝이는 것이 있다 항상 그냥 지나치는 곳,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평범한 오솔길이다 반짝이는 것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이 사금으로 뚝 떨어졌다 모래구덩이에서 진흙탕 속에서 모래알 같은 금을 찾아내던 그들, 몇 가마의 흙을 흘려보낸 뒤에야 겨우 얻어낸 기쁨이다 이젠 금맥을 찾으러 골짜기로 들어간다 황량한 기억의 폐광으로 들어가 버려진 구석구석을 훑어 걸러낸다 반짝거리는 실체를 얻기 위하여 초심자의 광부가 된다 골짜기 물가의 진흙바닥 속에서 어렵사리 사금 한 점 줍는다 폐광 속에 숨어 있는 가치가 슬몃 드러난다 황량과 고독 속에서 방황하던 보람 한 알 얻는다 겨자씨 같은 사금 몇 개 찾아내고 금맥을 느낀다 하릴없이 스쳐 지나가버렸던 먼 과거의 미래들 그 사이에 짓 눌려 있던 숱한 시간과 슬픈 행성의 왜곡된 역사, 어딘가에 분명 숨어 있을 금맥, 갈 길을 정한다 다시는 금모래씨 하나 못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맥만한 희망 하나 건진다 닫혀 있던 폐광의 문이 삐거덕 열리며 왈츠 요정이 춤을 추며 나오고 깊은 곳으로부터 소나타 3악장의 숨 가쁜 멜로디가 아련히 들려온다



  *『문학마당』2011-봄호 <우리 시대 시인 신작시>에서

  * 김현식/ 전남 광주 출생, 2006년『애지』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꽃/ 문성해  (0) 2011.03.30
이승하 씨 별세하다/ 이승하  (0) 2011.03.24
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0) 2011.03.21
방랑의 펜잡이/ 설태수  (0) 2011.03.21
장인수론(도입부)/ 김혜영  (0) 201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