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론(도입부)
김혜영
시가 아름다운 사람도 멋있지만, 시와 함께 고고한 인격을 갖춘 시인이 그리워진다. 시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용기 그리고 비굴하지 않은 그 무엇을 갖춘 시인에게 다가서고 싶다. 은은하게 동료나 후배 시인들을 배려하는 여유를 가진 시인, 문학상에 대해서도 초연하고, 묵묵히 지방에 묻혀 있거나 서울의 빌딩 숲 사이에 숨어 있어도 청정한 향기가 나는 선비 같은, 세련된 감수성의 시인이 그립다. 그에게 가서 어깨 한쪽을 살포시 기대고 싶다. 시적 기교나 언어에 대한 숙련공이 아닌, 한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넉넉하고 진중한 사유의 폭과 우렁찬 울림을 전하는, 때로는 천둥처럼 영혼을 뒤흔들어줄 수 있는 눈 밝은 사자를 기다린다.
-----------------------------------------------------
*웹 월간 詩 〔젊은시인들〕제6집 『내게로 망명하라』
p.149.「아내의 가슴과 새의 근육에 대한 향수/-장인수론」(도입부)
*김혜영/ 경남 고성 출생, 1997년『현대시』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0) | 2011.03.21 |
---|---|
방랑의 펜잡이/ 설태수 (0) | 2011.03.21 |
멋진 밤은 오지 않는다/ 정병근 (0) | 2011.03.17 |
비파, 비파, 비파를 켤 때/ 권현형 (0) | 2011.03.16 |
대학강사무(舞)/ 이동재 (0) | 201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