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검지 정숙자 2011. 3. 21. 21:34

   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시속 물정 모르는 스님 하나

  김밥천국 들어오신다.

  

  원야김치 참누모? 이 뭣고?

  조채치즈 치드듬? 이 뭣고?

  김김김김 김김김? 이 뭣고?

  밥밥밥밥 밥밥밥? 이 뭣고?


  1 1 2 2  2 2 2 ? 이 뭣고?

  0 5 0 0  0 0 8 ? 이 뭣고?

  0 0 0 0  0 0 0 ? 이 뭣고?

  0 0 0 0  0 0 0 ? 이 뭣고?


  어려운 천칠백 공안 다 풀어봤지만

  저자거리 분식집 이 난해한

  칠언절구와 난수표, 다 뭣고?


  세로쓰기를 가로로 읽으며

  이 뭣고? 거듭하다 몰록 깨달아

  법열에 겨워 소리친다.


  ‘보살님? 떡라면에 원조김밥 추가!’

  터진 옆구리

  라면 가닥 같은 골목길

  김밥천국 유리창에 나부낀다.

  ‘삶은 계란’도 있어요.



  *『시향』2011-봄호 <지난 계절의 시>에서

  * 반칠환/ 충북 청주 출생, 1992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