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멋진 밤은 오지 않는다/ 정병근

검지 정숙자 2011. 3. 17. 01:51

 

    멋진 밤은 오지 않는다


      정병근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여전히 오고 있는 중이고

  조급한 우리의 밤은 설레네

  술잔을 돌리면서 이제 곧

  그녀가 당도할 거라는 기대로

  우리의 밤은 풍선처럼 부푸네

  그녀는 아직 오고 있는 중이고

  이 밤이 다하기 전에 그녀가 온다면

  그건 정말 기쁜 일 벅찬 일

  희망은 품는 자의 것, 닥쳐

  불길한 예감 따위는 한쪽에 밀어 둬

  오로지 그녀를 생각하는 거룩한 밤

  오늘 밤 만은 예전의 밤이 아니기를

  홀로 돌아가는 새벽이 아니기를

  물거품이 아니기를

  그녀가 오고 있는 우리의 즐거운 밤

  술은 달고 노래는 흥겹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그녀가 온다는 것

  그녀를 생각하면 꼬부라진 혀조차 지겹지 않네

  그녀가 오면 노래를 시킬 거야

  후래자 삼배 - 사양하는 그녀, 수줍은 그녀

  마지못해 마실 거야 일어나서 노래를 부를 거야

  귓불이 발그레 물들 거야

  그녀는 여전히 오고 있는 중이고

  오늘 밤 우리의 희망은 포기하는 법이 없어

  이 밤이 끝날 때까지

  새벽이 밝을 때까지



  *『시와사람』2011-봄호 <시와사람 신작 초대시>에서

  * 정병근/ 경북 경주 출생, 1988년『불교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