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밤은 오지 않는다
정병근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여전히 오고 있는 중이고
조급한 우리의 밤은 설레네
술잔을 돌리면서 이제 곧
그녀가 당도할 거라는 기대로
우리의 밤은 풍선처럼 부푸네
그녀는 아직 오고 있는 중이고
이 밤이 다하기 전에 그녀가 온다면
그건 정말 기쁜 일 벅찬 일
희망은 품는 자의 것, 닥쳐
불길한 예감 따위는 한쪽에 밀어 둬
오로지 그녀를 생각하는 거룩한 밤
오늘 밤 만은 예전의 밤이 아니기를
홀로 돌아가는 새벽이 아니기를
물거품이 아니기를
그녀가 오고 있는 우리의 즐거운 밤
술은 달고 노래는 흥겹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그녀가 온다는 것
그녀를 생각하면 꼬부라진 혀조차 지겹지 않네
그녀가 오면 노래를 시킬 거야
후래자 삼배 - 사양하는 그녀, 수줍은 그녀
마지못해 마실 거야 일어나서 노래를 부를 거야
귓불이 발그레 물들 거야
그녀는 여전히 오고 있는 중이고
오늘 밤 우리의 희망은 포기하는 법이 없어
이 밤이 끝날 때까지
새벽이 밝을 때까지
*『시와사람』2011-봄호 <시와사람 신작 초대시>에서
* 정병근/ 경북 경주 출생, 1988년『불교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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