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강아지를 기르는 비파나무
박해련
마당가 화단
비파나무 발부리에
메리 아줌마가 아기를 낳았다
이맘때
엄마는 도롱이집만 한 셋집에서
나를 낳았을 적에도
입맛을 잃어 기운이 없었다며
메리 아줌마 볼살이 오를 때까지
밥이며 뜨끈한 국물을 떠다 먹였다
비파 열매처럼 강아지들은
고물고물 어미젖을 물고 살았다
날이 갈수록
살아갈 날들을 배우느라
햇귀를 움찔거리며 노는 강아지들 몸에
보송보송 국물처럼 뽀얀 움이 돋아나고
뾰족한 초가을 바람이 지저귀며
날아들 때마다
비파나무는 강아지들을 꼭 끌어안고
햇볕을 많이 받아 기른 이파리를 골라
다독 다독 다독
메리네 보금자리를 덮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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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2016-9월호 <동시>에서
* 박해련/ 2006년 《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 황금펜아동문학상 동시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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