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한마루공사/ 강병길

검지 정숙자 2011. 1. 28. 03:01

    한마루공사

     -도배일기 29


      강병길



  허허벌판 전기도 끊어진 집 얻어서 겨우 막차 쫓아가는 사람처럼 도배 먼저 해달라고 서두르는 통에 살얼음 깨고 논물 떠다가 벽지 붙여줬더니 잠깐 나갔다온다는 말 끝으로 해 떨어지고 한참 지나도 나간 사람 오지 않는다 허우대 멀쩡한 사람이 속이는 재주에 맛을 들였으니 그에겐 어차피 앞날이란 오늘뿐인데 그는 그것이 한마루공사인 걸 내가 몰랐다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입치레하는 안타까운 인생을 씹으며 무른 법까지 들먹였지만 그의 의도대로 일은 끝났다 

  오늘의 보시(布施)는 슬프고 슬프다.



  *시집 『도배일기』에서/ 도서출판 지혜 펴냄

  *강병길/ 경기도 이천 출생,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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