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물확 2/ 최서림

검지 정숙자 2011. 1. 15. 02:05

   물확 2


    최서림



  옛것은 새것보다 더 새것이다.


  세월이 이끼로 거무스름 눌러 붙어 있는 돌,

  오래오래 흘러와서 새로워진 물이

  하늘모양 둥글게 담겨 있다


  돌을 갈아 거울로 만들던

  아름다운 시절의 가을 하늘,

  눈 시리게 거꾸로 잠겨 있고

  천 년 전의 새털구름,

  무심히 떠서 흘러간다


  광화문 사거리, 시간도

  미끄러져 내리는 철제빔 빌딩 안에

  태초로부터 떠내려 온 생이가래

  개구리밥이 떠있는 돌절구 하나,

  몇 백 년의 시간을 제 안으로 삭이고 삭인 옛것이

  새것을 더 새것으로 품어내고 있다


  *시집『물금』에서/ 2010.12.27 (주)도서출판 세계사 펴냄

  *최서림/ 경북 청도 출생, 1993년 ‘서림’이란 필명으로『현대시』를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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